그렇게 원했던 주 35시간에 시급 4만원, 해외에서 도입했더니

그리고 우리나라는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따라서 2019년 1월부터 규정을 어길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주당 40시간에 연장근로 포함이다. 소위 '저녁 있는 생활'을 만들어주기 위함인데,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는 파업 등이 흔한 일일 정도로 노동권이 강한 국가이며 적은 근무시간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1998년 프랑스 의회는 임금 감소 없이 주당 39시간이던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제정했고 그 후 20년이 지났다. 짧아서 좋을 것만 같은 35시간 근무제, 마냥 좋기만 할까? 실제로 도입했던 프랑스를 통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보자.

 

1. 주 35시간 근무에 대한 프랑스 시민들의 반응


프랑스의 법정 근로시간은 35시간이 맞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35시간 땡 치고 근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방송 <외계통신>에 따르면 실제 프랑스 근로자의 과반수가 35~39시간 정도를 근무한다고 한다. 결국 법정근로시간에 추가 근무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래서 40시간을 근무하게 될 경우 5시간의 추가 근무 수당이 발생한다. 이렇게 주 35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의견은 어떨까?

 

(위) Zero Hedge_Tyler Durden / (아래) 한국일보

이 자료는 프랑스 조사통계국(Dares)가 프랑스 국민들에게 '주 35시간제가 프랑스인 생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언뜻 보기에는 '좋아졌다'라는 평이 압도적이며 휴식시간이나 휴가 등의 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 보이는 주 35시간제가 가진 단점 역시 적지 않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돈도 더 벌고, 삶의 질도 올라갈 것 같지만 정작 프랑스인들이 모두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다. 주 35시간 근무를 하면서 일을 그 시간 안에 완수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을 더 하고 싶다'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프랑스는 이처럼 법정 근무시간이 짧은 만큼 각종 규제들도 많다고 한다. 방송 <외계통신>에 소개된 한 제빵사의 사연을 보면 차마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빵 업소 관련 법률상 1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한다. 과중한 노동으로부터 노동자와 고용주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법이 관광지에 위치해 하루하루가 아쉬운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위 제빵사처럼 파리 외의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더 치명타다. 관광은 대개 성수기와 비성수기로 나뉜다. 따라서 성수기에는 하루라도 더 일을 해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즉, 이와 같은 특수 지역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학생들이 생각하는 적정 근로시간은 어떨까? 방송 <외계통신>에서 최적 근로시간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주 33시간, 35시간, 40시간, 52시간 중 어떤 시간이 최적 근로시간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응답이었다. 학생들은 주 40시간에 가장 많은 투표를 했는데, 그 이유는 위의 이미지대로다. 개인생활을 모두 빼고 계산해보니 40시간 정도가 적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로시간부터 고정시키고 계획표를 그린 것과는 상반되어 눈길을 끌기도 한다.

 

2.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 결과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도입했다.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 것은 이차 목적인 셈이다. 그래서 당시 프랑스 의회는 임금은 그대로지만 근무 시간은 줄이는 ‘주 35시간 근무제 오브리 법’을 제정했다. 근로자당 근무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더 많은 고용을 노린 것이다. 그런데 좋을 것만 같았던 이 제도도 사실상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적은 근무시간 때문에 프랑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지 않냐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업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초반 5년간은 일자리가 3~40만 개 늘어나는 등 좋은 결과를 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효율성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실업률 완화를 위해 이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업과 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금 등 사회보장 비용이 연간 200억 유로(약 25조 7천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 프랑스의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연 147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약 300시간 적지만 시간당 인건비는 35.6유로(약 4만 6900원)로 유럽연합 평균보다 약 40% 높다고 한다. 근무 시간은 줄었으나 초과 근무 수당이 늘어나면서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내부에서는 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뿐 아니다. 초반에는 보건업 등 업종 관계없이 모두 적용시켰기에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많았다고 한다. 절대적 인력이 부족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시간만 줄이다 보니 차질이 생기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프랑스는 1906년부터 주휴일 근로를 금지하는 한편 병원, 언론, 관광업 등 공공분야에 대하여는 예외 규정을 마련해놓긴 했다. 하지만 근무시간 부분에서는 여전히 말이 많은 상황이다.

 

3.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


그렇다면 20년 동안 생기는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은 없었을까? 있다. 프랑스 의회는 수없이 제도를 보완해왔다현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과도한 노동 규제가 국가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며, 세계 최저 수준인 근로시간을 조정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되었다. 그 후 2017년 9월 노동 개혁을 실시해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라면 주 35시간제 규제 없이 노사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유럽연합(EU)이 2003년, '노동자가 원할 경우 예외 규정을 둘 수 있으며, 탄력적 근로 기간은 1년으로 한다'라고 명시하면서 프랑스는 탄력 근무시간제를 동시에 적용하며 적은 노동시간을 보완하고 있다.

 

또, 앞서 제기된 웃픈 사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도 마련했다. 일명 '마크롱 법(Loi macron)'이다. 이 법은 관광지에 있는 파리의 유통업체들이 일요일에도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2015년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부 장관이던 시절 입법되었으나 실제 시행은 2017년 1월부터 시작됐다.

 

마크롱 법이 적용되면서 주요 관광 지역에 해당되는 파리 관광지 상점들이 일요일에도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한 해 3000여 명의 관광객들이 오는 쇼핑 명소임에도 전통적으로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았던 파리의 대변신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 적용되는 지역은 한정적이다. 해당되는 관광 지역은 프랭땅, 갤러리 라파예트, 베아슈베, 봉 마르쉐 등 파리의 유명 백화점들이 위치한 오스만 거리와 오페라, 샹젤리제, 마레, 생 제르맹, 몽마르뜨르 등 총 12곳뿐이다.

 

 

 

우리나라의 근무시간은 늘 길다는 평을 받아왔다. 2014, 2015년에는 OECD 기준 2위로 연간 2,000여 시간 넘게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 2017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위로 이전보다는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여전히 약 2,024시간이나 근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그래서 지난 몇 년 간 과도한 노동 시간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리고 올해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도입되기도 했는데, 시행 첫 발부터 이슈도 많고 말도 많았다. 35시간, 52시간, 68시간 근무시간은 어떤 게 가장 효율적일까? 정답은 없다. 짧아서 좋아 보이는 프랑스의 주 35시간 근무제 역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선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긴 근무시간의 장점과 짧은 근무시간의 장점을 절충하고 보완해 정책이 융통성 있게 시행된다면, 근로자 및 사업주들이 수없이 제기하는 불만과 문제점을 최대한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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